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
한국,고성능 AI 모델 많지만
美·中 보다는 현저히 적어
원천기술 없인 빅테크 종속
LG·포스코·HD현대 등 손잡고
제조업 기반 K-AI 구축할 것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이 매일경제와 만나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한 산학연 협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산업별 특화 인공지능(AI)을 키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버티컬 AI'가 영속성을 가지려면 국가 차원의 프런티어 모델,즉 원천 기술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모델이 파괴적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산업 현장에선 해외 모델을 가져와 각 영역에 맞게 최적화하는 '내재화' 움직임이 거세다. 성능 측면에선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국가AI연구거점을 이끄는 김기응 센터장(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의 시각은 달랐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빅테크 모델을 빌려 쓰는 것은 당장 효율은 높겠지만 그들의 정책 변화 한 번에 한국 산업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원천 기술이 없다면 순식간에 글로벌 모델에 잠식될 수 있다는 게 그가 진단한 냉정한 현실이다.
이 같은 위기감은 객관적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사람 중심 AI 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출시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 기준으로 미국(50개),중국(30개)에 이어 세계 3위(8개)에 이름을 올렸다. 'AI 3강(G3)'이라곤 하지만 1·2위 국가와 차이가 현저하고,추격자들의 기세가 거세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
김 센터장이 진두지휘하는 국가AI연구거점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기술 주권을 지켜낼 '방어선' 역할을 한다. 2024년 10월 개소 이후 공개 소프트웨어 113건,학술대회 발표 171건,특허 40건의 성과를 냈다. 특히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AI 학술대회 '뉴립스(NeurIPS)'에서만 39편의 논문이 채택됐고,그중 상위 1% 에 해당하는 '스포트라이트' 논문도 4건이 선정될 정도로 성과가 두드러진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연구개발하는 것은 엔드 프로덕트로서의 AI가 아니라 AI를 훈련하고 운용하는 데 필요한 원천 기술"이라며 "특정 서비스 하나를 내놓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경량화,지식 증류,분산 훈련,새로운 아키텍처처럼 AI의 기반 체력을 바꾸는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거점은 세계적 석학들과 국내 연구진이 공동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협력을 이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LG전자,LG에너지솔루션,HD현대,포스코홀딩스,네이버클라우드 등과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조,로보틱스,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실증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세간의 '소버린 AI' 담론에 대해서도 통찰을 던졌다. 단순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수준으론 더 이상 차별화된 해자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진정한 핵심은 AI 수요가 발생했을 때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에 있다"며 "반도체,로봇,제조 등 한국이 강한 실물 산업 시스템 위에서 구동될 때 비로소 독보적인 힘을 발휘하는 AI에 승부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기술 주권을 지탱할 최후의 보루로 인재를 꼽았다. 그는 "무작정 인재 유출을 우려하기보다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우리 석학들이 국내 생태계와 긴밀히 호흡하며 지식과 기술을 한국으로 환류시키는 글로벌 네트워킹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