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붓질 대신 픽셀…디지털로 만든 따뜻한 얼굴

Apr 29, 2026 IDOPRESS

홍승혜 개인전 '이동 중'


움직임 화두 작업 26점 전시


픽셀 조합해 빚은 점·선·면


생명력 갖춘 이미지로 변신

지난 24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한 홍승혜 개인전 '이동 중'의 대표작 '표정 연습'을 관람객이 바라보고 있다. '표정연습'은 크고 작은 원과 막대기 등 도형들이 화면에서 흩어져 돌아다니다가 웃는 모습 등 갖가지 표정을 만들어내는 영상 작업이다. 뉴시스

"붓질 대신 픽셀이라니."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을 마친 홍승혜(67)가 30대 후반 붓을 버리고 포토샵으로 픽셀 작업을 내놓자 주변 시선은 싸늘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라는 점잖은 우려 섞인 질문이 돌아올 만큼 그의 선택은 이해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차갑고 딱딱한 '기계맛'인 줄 알았던 그의 픽셀 작업은 역설적으로 그 어느 작품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드로잉처럼 단순한 그의 점·선·면이 따뜻한 유머와 위트를 내뿜고 있다.


홍승혜의 작업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니 회고전이 부산 F1963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다. 총 26점이 전시장을 리듬감 있게 구성한다. 전시 제목은 '이동 중'이다. 그는 데카르트의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꿔 말할 정도로 움직임이라는 화두에 천착했다.


홍승혜는 컴퓨터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조합하고 반복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다. 그는 1997년 픽셀 작업을 하던 중 '실행 취소(Control Z)' 단축키를 통해 이미지가 움직일 수 있음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후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해 더 자유자재로 평면 속 움직임을 구사하게 됐고,나아가 아이패드 음악 창작·녹음 앱인 '개러지 밴드'를 사용해 사운드 작업까지 이어갔다.


전시장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움직임을 예고하는 듯한 평면 작업,시시각각 움직이는 영상 작업 9점,관객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부조나 조각 같은 입체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유기적 기하학'이라 부른다. 평면 작업도 만화처럼 순차적으로 연결된다. 작품 '가족'은 아담과 이브처럼 남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뒤 남성이 여성을 쫓고,이내 아이가 생겨 가족을 이루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상 '우주로 간 스누피'는 달 탐사 50주년을 기념해 2019년 롯데뮤지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픽토그램처럼 단순화된 스누피가 조각조각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우주로 나아간다.


전시장 중앙의 '표정 연습'은 스크린 규모도 음악도 가장 크다. 원,막대기,십자 같은 도형들이 공간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얼굴이 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입이 삐딱해지면서 삐진 듯한 모습,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화내고 웃고 놀라는 표정들. 이모티콘 작업의 생성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움직인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무엇보다도 '유기적인' 상태"라며 "가만히 서 있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움직이면 어디로 갈지 몰라 더 긴장되고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음악이자 노래다. 그는 작업 노트에서 "모든 영상은 음악에 맞춰 도형들이 춤을 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기운이 없어져도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는 힘만 남아 있으면 저는 계속 춤출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흔에 포토샵,쉰에 개러지밴드,예순에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운 그지만 아직 AI의 세계에는 입문하지 못했다. "AI는 예측 불가능하죠. 제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개입하고 조율합니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손맛만큼 기계맛도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전시는 6월 14일까지.


[부산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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