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개막
풍속화에서 산수·도석화까지
천재 화가의 그림 세계 총망라
이순신 노량해전 편지 첫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이 서화실에서 단원 김홍도의 명작을 선보인다. 왼쪽은 김홍도가 30대 중후반 또는 40대 초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단원풍속도첩' 중 '서당'. 오른쪽은 그가 금강산을 유람한 뒤 51세에 그린 '을묘년화첩' 중 '총석정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후기,정조는 규장각의 회화 업무를 위해 도화서 화원 중 일부를 선발해 차비대령화원 제도를 운영했다. 선발 과정에서 공개 시험이 치러졌고,산수화와 화조화는 물론 풍속화도 출제됐다. 정조는 직접 시험 문제를 내기도 했다. '내가 받아보는 순간 껄껄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라'도 그중 하나였다.
차비대령화원을 역임한 김홍도는 풍속화의 대가였다. 시험용은 아니지만,그가 그린 '단원풍속도첩' 중 '서당'은 정조가 껄껄 웃었을 법한 장면을 담았다. 화면 가운데 쪼그리고 돌아앉아 훌쩍이는 아이를 둘러싸고 서당 동무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훈장은 혼을 내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이다. 다음 차례인 듯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는 아이도 보인다.
풍속화는 물론 산수화,인물화,도석화까지 두루 능했던 김홍도. 그의 명작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서화실 두 번째 주제전시로 '단원 김홍도,시대를 그리다'를 4일부터 연다. 서화실 전체 작품을 바꾸는 정기 교체에 맞춰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김홍도의 대표작과 이순신의 친필 간찰 등 50건 96점이 나온다. 보물은 8건에 달한다.
전시의 중심은 서화2실에 마련된 김홍도 주제 전시다. '이 계절의 명화'로 선정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김홍도의 전성기부터 노년까지 그의 화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조선 백성의 일상을 생동감 있게 포착한 '단원풍속도첩'(보물) 25점 중 '무동'과 '씨름' '서당' 등 주요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무동'은 연주에 맞춰 아이가 팔을 크게 휘두르며 춤추는 모습을,'씨름'은 샅바를 잡고 씨름하는 선수들과 이를 집중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기로세련계도'도 눈여겨볼 작품이다. 개성 만월대에서 열린 원로들의 모임을 그린 이 그림은 김홍도가 60세에 그린 것으로,산수와 인물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원숙한 솜씨가 한 화면에 담겼다. 같은 시기 작품인 '노매도'도 노년기의 기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침없는 붓질로 줄기를 표현했고,먹이 번지는 효과를 활용해 나무의 질감을 표현했다. 김홍도가 51세에 그린 '총석정도'는 개인 소장 작품으로 이번 전시로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돌기둥 위 소나무가 바람에 날리고 초록색으로 표현한 파도가 물결치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스승과 제자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회화1실에는 김홍도와 그의 스승 강세황을 함께 조명한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시간이 흐르며 예술적 동반자로 발전했다. 김홍도의 '서원아집도'(보물)와 '행려풍속도'에는 강세황이 직접 써넣은 감상평이 남아 있다. 강세황의 '자화상'(보물)이 나란히 걸린다.
회화3실에서는 '평양감사향연도' 3점이 공개된다. 김홍도의 화풍으로 그려진 대규모 연회 장면으로,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2500명이 넘는다.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 중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해 화제가 된 술잔의 모티브가 된 그림이다.
한편 회화3실에는 조선시대 궁중 채색장식화와 민화도 선보인다.
서예실에서는 이순신의 친필 간찰이 처음 공개된다. 노량해전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한효순에게 쓴 편지로,지난 3월 막을 내린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때에 당시 소장처를 확인하지 못해 출품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일반적으로 김홍도는 풍속 화가로 알려졌는데,풍속화는 김홍도가 성취한 것의 일부"라며 "그는 인물화와 신선을 그린 도석화,기록화 등에서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여름 풍속 화가로 알려진 김홍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일상의 장면부터 노년의 산수화까지,한 천재 화가의 평생이 한 공간에 펼쳐진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