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개인전 인사아트서

'달을 삼킨 소녀'(2026). 김미혜 작가
폐에 고인 물을 빼내는 관을 꽂고,배액 주머니에 핏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화가 김미혜에게 어머니의 투병은 그렇게 새겨졌다. 그는 그 고통을 물감으로 옮겼다. 나이프로 캔버스를 긁고,닳은 슬리퍼 조각과 헌 양말,나뭇가지를 화면에 붙이고 뜯어내기를 반복했다. 두껍게 쌓이고 갈라진 표면 위로 얼굴과 몸의 형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작업들을 모은 개인전 '빛나며 이지러진 파편들의 긴 덩이'가 6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린다. 2012년 '기형의 사랑' 이후 10여 년 만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간병하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어머니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이를 지켜보는 감각이 교차하며,화면에는 강렬한 색채와 일그러진 형상이 나타난다. 작가가 화면에 재료를 바르고 뜯어내고 흘리기를 거듭하면서 캔버스 표면은 두꺼워지고 갈라지며,고통을 겪은 얼굴과 몸을 떠오르게 한다.
전시작으로는 '일렁이는 불꽃' '달을 삼킨 소녀' '몸-달이 흐르오' 등 2024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신작이 걸린다. '일렁이는 불꽃'은 머리가 깨져 피 흘리는 듯한 두상을 그렸고,'몸-달이 흐르오'는 회색빛 화면 한가운데 녹슨 핏빛 형상이 흘러내리듯 표현했다.
미술사학자 최정은은 이번 전시에 대해 "완전한 추상으로 보이는 물감의 흔적들은 골똘히 바라보면 거의 다 얼굴 또는 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1일까지.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