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O.One) 개인전 ‘나무 사유’
나무 주제로 무한한 시간 탐색
“꽃은 언어리면 나무는 존재 자체”

오원 작가가 개인전 ‘나무 사유’ 전시장에서 작품 ‘W00d 00 -Time (Tree,I and Me)’ 앞에 서 있다. [한주형 기자] 오원(O.One) 작가의 성북동 전시장 입구를 열면 포도나무 한 그루부터 눈에 띈다.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와 땅을 향해 자란 뿌리가 투명한 아크릴 박스 안에 놓여 있다. “나무는 아래로도 자라고 위로도 자란다. 양방향의 무한대로 향하는,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이란 생각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나무를 주제 삼은 오원 작가의 개인전 ‘나무 사유’가 서울 성북구 갤러리17717에서 최근 개막했다. 지난 7일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왜 나무였을까.
“우리는 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나무에선 아름다움을 발견하진 못한다. 외형,즉 껍데기로만 나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을 보려면 나무를 키워야 한다. 꽃은 한시적이지만 나무는 긴 시간성을 간직한다. 꽃이 인간의 언어라면,나무는 인간의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전시장을 메운 그의 작품들 제목은,그래서 알파벳으로 쓴 ‘Wood’가 아니라 숫자 ‘0’을 혼용한 ‘W00d’로 기술됐다. 숫자 ‘0’엔 모든 존재의 기원이란 뜻이 담겼고,‘00’은 인피니트 기호 ‘∞’을 함의한다.
“모든 존재는 0과 1의 기본 단위로 표현 가능하다. 0이 시작점이라면 1은 죽음이고,인간은 그 사이를 진자운동하듯 오간다. 그런에 인간은 시간을 유한하게 쓰지만 나무는 무한한 생명성을 가진 유한한 생명이다. ‘W00d’는 나무의 무한성을 담아낸 나만의 기호다.”
신작 ‘W00d 00 -Time (Tree,I and Me)’는 나무판 16개를 벽에 붙인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가 개인의 기억을 암시하는 숫자들이 새겨져 있다. 나무판은 도마가 되기 위해 잘렸으나 옹이와 흠집으로 도마가 되지 못한 잔여다. 작가는 나무판에 고유한 숫자를 빼곡히 적어뒀다.
“나무의 나이테는 나무의 일기와 같다. 나이테는 시간을 빨아들이고 시간을 머금는다.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도 각자의 기억을 꺼낼 때가 있다. 특정한 날짜,연도와 일시,흐르는 시간을 나이테 위에 적었다. 작품 앞의 벤치에 앉아 기억의 흔적을 바라보도록 구성했다.”

오원 작가가 개인전 ‘나무 사유’ 전시장에서 작품 ‘W00d 11 - Tree TeaR’ 앞에 앉아 있다. 그가 카페를 운영할 때 사용했던 벤치다. [한주형 기자] 맞은 편의 작품은 ‘W00d 11 - Tree TeaR’다. 지인의 농장에서 가져온,전정(剪定·생장을 위해 잘라내는 것) 후의 포도나무에 각종 차(茶)를 우린 형형색색의 유리관을 매달았다. 오원 작가는 IT업에 오래 종사해 왔지만 생의 전환점마다 다른 직업을 택한 적이 있는데,한때는 플로리스트였고,그에 앞서 카페를 운영했다. 그의 기억이 한 데 합쳐진 작품이다. 잎에서 꽃으로,꽃에서 나무로.
“형편이 어려웠던 유년 시절,작은 집으로 이사했을 때 부친께서 작은 마당에 포도나무를 심으셨다. 포도나무에서 정말로 포도알이 맺히는지를 매해 기다리던 시간이 행복했다. 이후 살아오면서 꽃을 다뤘고,차를 우려내기도 했는데,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식물의 말단인 잎을 우린 차와,식물의 결실인 꽃과,그리고 나무로까지 삶이 이어져 왔음을 느낀다. ‘TeaR’라는 단어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오원 작가의 전시는 시각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야 한다. 작가의 기억을 담은 솔방울엔 그가 기억하는 향이 담겼고,전시장엔 류이치 사카모토와 알바 노토가 협업한 곡인 ‘Uoon I’가 흐른다. 나무와 접촉하고,향을 맡고,음악을 듣으면서 작품은 완성된다.
“더 이상 인간은 나무를 만지지 않는다. 나무는 보고,듣고,냄새 맡고,맛 보고,만지는 오감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그곳’에 항상 서 있었다. 나무는 우리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수집하고 전파한다. 인간의 시간은 나무의 시간과 연결돼 있다.” 전시는 12일까지.